문 제 (1)

조정칠 목사 0 4,659 2006.09.24 06:57
"예수의 소금론"을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있다. 이 문제만은 꼭 풀어야 할 것 같다. 문제를 삼지 않아야 할 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데도 그냥 지나친다거나 슬쩍 묻어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그런 부질없는 트집은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고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성경 해석이 학자마다 다르고 차이가 나는 것은 성경이 그 만큼 깊고 오묘하기 때문이다. 각 나라마다 고유한 문자와 언어와 문화의 특성 때문에 표현과 해석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 한글 성경에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세상"이라는 단어이다. 신약 원어에는 세상이라는 단어가 아니다. 전혀 다른 단어는 아니지만 언어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전혀 다른 단어일 수도 있다. "세상"이라는 단어가 뜻이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말로 번역할 때 직역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뜻이다. 성경을 번역할 때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입장에서 의역으로 번역하는 사례를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자리에 구태여 의역으로 번역하는 것은 생각이 깊지 못한 일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에 이어지는 마태복음 5장 14절의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이 두 구절에 우리말 성경은 다 "세상"이라는 말을 썼다. 그러나 원어에는 그렇게 쓰여 있지 않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아니라 "너희는 땅의 소금"으로 되어 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한 것은 원어와 일치한다.

문제는 "땅의 소금"이라는 원문을 무엇 때문에 "세상의 소금"이라고 번역했는지, 그것이 몹시 궁금하고 안타깝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옮기면 될 것을 왜 중간에서 바꾸었단 말인가? 그럴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땅은 세상을 의미한다고 그렇게 썼겠지만 그 이유보다 더 큰 이유는 우리나라 정서에 또는 우리의 수준에 맞추느라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에는 성경을 번역할 당시에 땅의 소금은 생소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세상의 빛이라는 말과 운을 같이하려는 의도로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으로 맞추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런 것도 아니라면 중국어 성경의 영향을 받아 중국 번역을 따른 것 같기도 하다. 땅이라는 원어는 "gia" (earth)이고, 세상이라는 원어는 "kosmos" (world)이다.

영어 성경은 번역이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어떤 번역에도 세상의 소금이라고 번역한 예는 없다. 가까운 일본에도 세상의 소금이라고 하지 않는다. "gia"와 "kosmos"는 전혀 다른 낱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땅과 세상을 같은 뜻으로 써도 괜찮을 수 있다. 오히려 그렇게 쓰는 것이 본래의 뜻을 더 강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예수의 소금론"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훨씬 좋을 뻔했다. 왜냐하면 "예수의 소금론"은 거룩한 사명의 소금을 말하는데 세상의 소금이라는 어감은 다분히 세속적인 냄새가 짙게 풍긴다. 때문에 "예수의 소금론"과 세상의 소금은 상당한 거리가 생긴다.

인간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가만히 놓아두지 못하는 짓궂은 속성이 있다. 어떤 곳이든 인간이 발을 댄 곳은 여지없이 망가진다. 에덴동산에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선악과를 가만히 놓아두라고 명령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성경은 원래대로 놓아두고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간들은 성경조차도 가만히 놓아두기를 싫어한다. 인간의 지식과 편견을 가지고 재구성하려고 든다. 그렇게 하여 성경이 얼마나 훼손되는지 모른다.

예수께서는 소금과 빛을 한 묶음으로 묶어 놓지 않았다. 처음부터 두 주제를 각각 다르게 강조점을 두셨다. 그런데 사람들은 소금과 빛, 빛과 소금을 항상 묶어서 쓴다. 그러니 소금의 뜻은 따로 존재하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린 결과가 되었다.

예수께서는 소금을 땅에 묻는 것으로 말씀하셨다. 그리고 빛은 등경 위에 올려놓아 산 위의 동리처럼 드러내는 것을 말씀하셨다. 땅 곧 흙 속으로 스며드는 것과 등경 위에 드러내는 것은 엄연히 다른 주제이다.

예수께서는 빛과 소금을 동시에 언급한 적이 없다. 성경에 나란히 기록되어 있다고 한데 묶으라는 법은 없다. 그렇게 하면 두 주제가 모두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오늘의 우리는 입버릇처럼 "빛과 소금"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렇게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게 쓴다고 잘못이랄 것도 없다. 그러나 입버릇처럼 그렇게 쓴다는 것은 소금의 의미를 잘 모르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소금과 빛"을 구호처럼 쓴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하면 성경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과가 되기 쉽다. 나의 경험으로는 한번도 그렇게 쓸 경우가 생기지 않았다. 문제를 풀려다가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세상이면 어떻고 땅이면 어떠냐고 반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은 항상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때문에 힘이 들고 싫은 소리를 들어도 누군가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 예수께서 신경 써서 "땅"이라고 하셨으면 땅을 바르게 이해해야 성경의 뜻을 바로 깨닫게 된다. 나는 말씨름을 싫어한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은 정말 싫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신앙이 차츰 변해가는 이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을 제자리에 올려놓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문제를 꺼내본 것이다.

현대인은 성경을 고전의 하나쯤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서 성경을 사랑하는 성도들이 말씀을 바로 세우기에 온갖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르면 배워야 하고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 해석이 엇갈리면 보다 정당한 쪽을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다툴 필요는 없다. 땅을 세상이라고 번역해도 틀렸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땅의 소금"과 "세상의 소금"은 엄청난 차이가 생길 수도 있고 잘못하면 아주 다른 뜻이 될 위험도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지금 교회 안에서 "예수의 소금론"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지 모른다.

Comments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