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산교회 당회원께 감사

조정칠 목사 0 5,168 2006.01.22 05:32
나는 신학교에 입학하던 그해부터 개척교회에 파송 되었던 탓에 목회를 50년간 길게 할수 있었던 행복한 목회자가 된 셈이다. 목회 기간이 길었던 것을 자랑 처럼 생각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사실이다. 내친구 S 목사는 건강하고 목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던 좋은 환경이었는데도 스스로 정년보다 5년 일찍 목회를 은퇴하였다. 나는 그 친구를 존경하며 부러워 하였다. 나는 왜 그런 용기가 없었을까? 그러나, 나도 교회가 지겹도록 미련하게 버티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자부심으로 작게나마 위로를 받는다.

나는 요즘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하나씩 정리를 해나가는 추억을 낙으로 삼고 살아간다. 내가 목회하였던 교회마다 고맙지 않았던 교회는 없다. 그 고마움을 하나씩 다 늘어 놓기란 너무 많은 양이다. 언젠가 때가되면 그 고마움을 엮어서 발표를 해 볼 생각이다. 오늘 여기에 신용산교회 당회원 여러분께 만은 특별히 감사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나는 모든 것이 부족하여 나의 목회를 통하여 무슨 업적을 남기겠다는 꿈은 처음부터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것은 욕심이거나 허영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과실이나 실책을 후대에  허물로 남기지는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면서 살아왔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책벌이다. 목회자가 자기교인을 처벌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랐고 징계가 불가피할 때는 내가 책임을 지고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을 하고 조심스럽게 목회를 하였다. 하나님의 교회를 거룩하게 지키려면 징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정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목회를 잘하다 보면 그런 불상사는 없지 않을까 라는 기대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신용산교회 시무중에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나로서는 어쩔수 없는 재정부에서 사건이 터젔다. 재정부원이 헌금을 집계하면서 여러차례 성물에 손을 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확실한 증거까지 제시하겠마며 처벌을 요구했다. 교회 여론으로 봐서는 처벌이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기도하고 고민을 했다. 교인들은 자기의 십일조가 도난을 당했다고 조회를 하는 소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목사가 징계를 기피했다가는 부정을 두둔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았다. 어떤 조직이던 범죄와 부정이 드러나면 일벌백계라는 조치를 하는것은 당연한 처방으로 통한다. 우리교회도 그 수준에 도달해 있었던 것은 예외가 아니었다.

최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당회가 소집되었다. 나는 당회 앞에 이례적인 제안을 했다. 어떤 결정을 계산하지 않고 순수한 목자의 양심으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면서 당회원들을 존중하며 신뢰하는 자세로 진심을 내보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징계만은 피해야 되겠다는 내 사견을 앞세우지는 않았다. 교회가 징계를 하는것도 엄연한 성스러운 직무이다. 그러나 교회는 교인을 보호하고 교인을 성숙한 신앙인으로 양육하는 책임이 더 귀하다는 나의 목회 신념을 강조하였을 뿐이다.

교인이 어떤 잘못을 했던지 그것은 목회자가 목회를 잘못한 목회 사고가 아니겠느겠냐고 호소를 했다.  해석하기에 달렸겠지만 이번 사고 역시 재정사고로 볼 것이 아니라 목회사고로 처리 해주면 어떻겠느냐고 당회 앞에 조심스럽게 타진을 했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돈을 회수하고 재정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 같지만 내 해석은 그렇지 않았다. 거기에는 한 인간의 아니 한 성도의 신앙과 인격 내지는 한가정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는 목회자의 문제이기도 했다. 당회 분위기는 아주 조용히 가라앉았다. 나는 아직 그 날의 인상 깊었던 당회 모습을 지울 수가 없다.

당회원 전원이 내 의견을 잘 받아 주는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중에 단 한 명도 반대를 하거나 복잡한 단서를 달거나 질문을 하는 회원이 없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날더러 잘해 달라고 부탁을 하며 원안대로 결정을 내려주었다. 나는 50년 목회중에 단 한건의 징계도 하지 않고 목회를 마감할 수 있어서 이 자리를 빌어 신용산교회 장로님들에게 내마음을 전한다. 얼마나 선하고 지혜로우며 관대한 배려였는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아 허리를 굽혀 감사의 편지를 띄운다.

Comments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