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이면 넘치는 교회

조정칠 목사 0 6,837 2006.02.05 07:40
나는 캐나다의 로키산맥을 따라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인상이 깊었던 빙하를 위시하여 공룡 같은 고대 유물들과 눈 속에서 몸을 물에 담그고 낭만을 즐기는  계곡의 온천들이며 인간의 발길이 한번도 닿지 않았을 것 같은 원시림을 둘러보는 중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는 장난감 같은 조그만 교회를 가 본적이 있다.

울창한 산세를 한 자락 깔고서 마치 비둘기 집처럼 앙증스럽게 내려다보이는 그 교회를 구경했다. 교회 안의 의자를 세어보니 빼곡이 앉으면 열두 명은 앉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그러면 몸이 불편 할 것 같아 열 명 정도만 앉는다면 그런 대로 괜찮을 것 같았다.

여행객들이 찾지 아니하면 일년 내내 비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교회 맨 앞자리에 앉아서 기도를 드린 다음 교회 입구에 비치한 방명록에 내 이름을 적어 놓고 돌아 나왔다. 나 외에도 한국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방명록에 남아 있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세웠는지 모르지만 그 교회는 방문객에게 많은 생각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나는 문득 교회를 차고 넘치게 하는 것이 아주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작은 교회를 보면서 큰 교회를 꿈꾸는  병든 시대를 질책하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곳에는 그 정도의 교회로도 충분하다는 변증 같기도 했다. 교회가 교인이 몇 명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아무대도 없다. 교회 운영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숫자 때문에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교회에 의자를 너무 많이 놓지 않으면 될 것을... 출석 교인의 숫자  보다 의자를 두어 개만 줄이면 빈자리는 없게 된다. 열 명이면 넘치는 그 교회를 한번 가보면 그런 생각이 저절로 떠오를 것 같다. 교인이 늘어나면 의자를 더 갖다 놓으면 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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