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할머니가 찍어 둔 교회

조정칠 목사 0 4,486 2006.01.12 05:28
대대로 유교 전통에 젖어 있던 완고한 향교 마을에 교회가 들어섰으니 마을 안팎에 화제가 되고도 남을 일이었다. 교회를 세운 개척자는 그 마을 출신으로 일찍 도시로 나가 자수 성가를 한 입지전적인 사업가였다. 사재를 들여 고향에 교회를 짓고 전도에 전력을 쏟아 바친 탓에 교회는 나날이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개척자의 헌신적인 열정에 감화를 받은 마을 사람들 중에는 그 지방 유지들도 있는가 하면 큰손 할머니로 통하는 부잣집  마님도 끼어 있었다. 그 할머니는 마을에서 제일 큰집에 살고 있다고 큰집 할머니라는 이름이 별명처럼 생긴 셈이었다. 그 할머니는 이름 값을 충분히 하고 사는 덕망도 높고 씀씀이도 부티가 나는 여걸이어서 큰손 할머니로 통하기도 했었다. 그 할머니가 교회에 나오는 이유가 확실하여 교인들에게 존경을 받는 듯 했다.

자기는 살만큼 살았으니 천당에 갈 준비만 남았노라고 했다. 천당에 가기 위해서는 교회에 무엇을 바치고 싶다고 요청을 해 왔다. 교회에서는 천당은 그런 공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믿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알아듣게 설명을 했으나 기어이 무엇을 바쳐야 되겠다고 우겨댔다. 결국 그 할머니는 교회 앞에 자기 땅을 수백 평 내 놓았다. 교회로서는 그 땅이 더 할 나위 없이 요긴한 것이었다.

토지 등기를 넘겨주던 날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나는 천당에 가기 위해 이 교회를 찍어 놨으니 모두들 그렇게 알라""고 선포를 했다. 그리고는 "뒤에 딴 소리는 없기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모두들 과연 큰할머니다운 모습이라고 감탄을 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 일이 있었던 뒤로  할머니가 교회를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만큼 확실하게 해뒀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이유가 너무 황당하고 한심하여 교인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특별 집회를 열어서 할머니를 교회로 불러내 볼까 하고 부흥회를 개최한다고 나를 강사로 초청했다. 내가 가서 닷새 동안 부흥회를 한다는데도 할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져서 나타나지를 않았다. 큰집 할머니가 찍어 둔 그 교회는 어떡하라고 당신은 뒷산에 있는 암자에 가서 또 그렇게 빈다는 소문이 들렸다

교회는 집 보다, 땅 보다, 많은 사람보다, 유명 인사보다, 교인 한사람 한사람의 믿음이 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 교회를 나는 잊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나 교회가 세워 지면 사람 끌어 모으기에 온갖 신경을 쓰느라고 정작 쏟아 부어야 할 믿음의 본질을 소홀하게 넘길수가 있다 그랬다가는 어처구니 없는 양다리 걸치기를 하는 그런  교인이 또 나올지도 모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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