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이변과 감동

조정칠 목사 0 3,554 2006.11.02 04:36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는 농번기에 안골 최씨네 집에 초상이 났다. 몇해 동안 병석에 누웠던 수남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동민들에게는 워낙 바쁜 철이라 고인이 가엽기 보다 오히려 짜증스러운 소식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상가 측에서는 한 두시간 안에 장례를 끝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겨우 몇 명의 일꾼을 동원할 수 있었다. 장지가 가까와서 시신을 옮기는데도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무덤을 파는데도 별 어려움 없이 하관을 할수 있었다. 우리가 하관 예배를 막 끝내고 물러날 무렵에 산 아래서부터 고함 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손에 쇠망치를 들고 올라와서 살기를 뿜어대며 작업을 중단 시켰다. 누가 우리 부모 묘 자리를 침범했느냐며 썩 나서라고 위협을 했다. 그러나 상가측 에서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 남자의 설명 대로라면 상가 쪽에서 잘못을 저지른듯 했다. 그 사람이 자기 부모의 묘 터를 잡아 놓고 둘레로 표시를 해 두었는데도 그걸 무시 했다면 시비를 자초 한 것이나 다를게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위협은 계속 되었으나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하여 내가 나서서 상가측 사람을 달래 보았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나는 그 남자와 정면 돌파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나는 처음 보는 그 남자 앞에 마주 섰다. 쇠망치를 불끈 쥐고 나를 바라 보는 그이에게 우선 격한 감정을 가라 않히기 위해서 내가 목회자 라고 소개를 시켰다. 그제서야 그이도 으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예를 갖추어 답례를 했다. 내킨 김에 나의 수습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뭔가 잘못된 것은 틀림 없는데 책임을 질 사람은 나타나지 않으니 상주는 아직 어리고 미망인은 그런 경황이 없는 것 같으니 오늘은 일단 가매장을 하고 농번기가 지나면 적당한 거리를 조정하여 장례를 마무리 하면 동민들도 협력을 할 것 같다고 설득을 했다. 오늘의 일은 충분히 납득을 한것으로 간주하고 노여움을 거두어 달라고 간청을 했다.

그이의 반응은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나더러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였고 좋은 방안을 제시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그 남자는 망치를 내려 놓고 정중하게 내 앞에 서서 나를 또 한번 감동을 시켰다. 다음 주일부터 자기도 교회에 다니겠노라고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그 약속은 어김 없이 지켜젔고  2년 만에 집사가 되었고 내가 그 교회를 떠나 올 때 까지 가장 충성스러운 집사로 섬겼던 그의 이름은 이도연 집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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