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인연

조정칠 목사 0 3,415 2006.01.11 01:41
공항 대합실은 한산하기 보다 분비는 것이 활기가 있고 나라 경기가 좋게 느껴진다. 국제선은 2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 잠시 집을 떠나는 여유 때문인지 무료한 시간 때문인지 누군가를 붙잡고 마구 지껄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곤 하는 것이 공항의 정서 같다. 마침 내옆에 비어 있는  자리에 한 여학생이 다가와서 앉아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라고 대답했다.

내 막내딸과 같은 또래 여서  말을 낮추어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학생은 누굴 마중 나왔다고 대답했다. 나는 뉴욕으로 간다고 밝히고 몇 학년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런걸 꼭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런 대화가 가장  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봄에 졸업을 했노라고 했다. 내 예측은 빗나갔지만 나이 보다 어리게 봐 준다는 것은 여성에게 그다지 불쾌한 것은 아닌 성싶었다. 나는  다음 질문을 꺼내려고 생각 주머니를  뒤척거렸다. 

나에게 중무기나 다름없는 대화 거리는 단연 ‘교회’였다. 나는 그 학생에게 교회에 다니느냐고 친절하게 물었다. 그제야 나를 교인 인줄 알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자기 아버지가 장로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어느 교회 장로이냐고 물었다. 어른이 젊은 사람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별로 좋아 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런걸 가릴 줄 아는 편이다. 그 여학생은 자기 아버지 교회의 이름을 일러주었다.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 교회는 내가 칠 년간 시무 했던 교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부터는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교회 여러 장로 중에 누굴 가리키는지 궁금하였다. 혹시 아버지의 존함을 물어 봐도 괜찮겠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또박또박 밝혀 주었다. 내가 묻기를 잘 한 것 같았다. 내가 그 교회를 시무 할 때 중매를 서서 결혼은 물론 주례까지 해주었으며 첫 딸을 낳아 이름까지  지어 준 것을 나는 잊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런 인연도 있는가 싶었다. 그럼 네가 첫째 딸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제야 내가 그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네 이름이 혜선이렸다 라고 말하자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꾸벅 절을 하는 것이었다. 은혜 혜 착할 선 혜선이라고 지어 준 그 갓난아기가 강산이 두 번도 더 변한 지금 눈앞에 있건만 그다지 낯설지 않게 느껴 진 것은 아름다운 인연의 매력 때문이었다.

지금도 우리 곁에는 수많은 낯선 사람이 서로 무관심하게 앉아 있기도 하고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런 사람 중에는 나와 인연을 논하고 추억을 나눌 절친한  사람이 섞여 있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는가 ?  아무에게나 함부로 말을 걸어서는 곤란하다. 대화란 소중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조심성 있게 교양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

Comments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