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어떻게 ... ?

조정칠 목사 0 3,516 2005.09.22 08:47
몸을 아끼지 않고 교회 일을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는 성도가 있었다. 심성이 착한 탓인지 남의 어려움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서 앞장을 서곤 했다. 젊은 사람들이 아무리 뛰어도 그이를 따를 수는 없었다. 교회 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누구이든 간에 힘들고 궂은 일은 남에게 미루지 않고 자기가 떠 맡았다. 그렇게 충성스럽고 건강하던 이가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소문을 듣고 온 교인들이 놀라고 안타까워 했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말을 듣고 몹시 중태라는 것을 직감 했다. 의식이 없어서 면회도 할수 없었다. 어서 어서 회복이 되기를 기도하며 병원에서 좋은 소식이 날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일 후에 환자의 의식이 돌아 왔다는 반가운 기별이 있었다. 그런데 환자가 헛소리를 심하게 한다는 걱정스러운 소식이었다. 아마도 일시적인 증세이겠지 하고 더 좋아지기를 기다렸다. 정상적인 대화는 전혀 되지 않고 자기 혼자서 열심히 떠들고 있어서 환자의 안정을 이유로 계속 면회를 제한하였다.

그럴수록 환자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소문으로는 치매가 온 것 같다고 했으나 평소에 아무런 치매 증세가 없었으니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상태가 좋아 진다는 연락은 없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환자의 헛소리라는 것이 듣기에 민망한 욕설 같은 것이 아니었다. 대개 치매 환자들은 횡설수설이 아니면 망언을 한다. 그런데 이 성도는 자기교회 목사 이야기 뿐이라고 해서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차라리 나를 비난이라도 했다면 좋았을 것을 …몇일 동안 입만 열면 목사를 치겨 세우기만 한다니 몸 둘 바를 모를 지경 이었다.

“당신들 우리 조목사님을 알어?  얼마나 훌륭한 분인지 내가 말해줘? 우리 조목사님은 미국에서 오셨어!  미국 하바드 대학을 졸업하신 분이야 ! 당신들 하고는 달라 “  이러니 치매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내가 언제 하바드 대학을 다닌 적이 있었던가? 기가 막히는 소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회진을 하는 의사들에게  “당신들 공부를 얼마나 해? 우리 조목사님은 매일 열시간 이상 공부를 하는 분이야! 당신들이 뭘 알아“ 

아무리 환자라지만 이런 실례 되는 말이 어디 있는가. 나는 그병원 가까이 가는 것 조차 두렵고 부끄러웠다. 그러나 기어히 병문안을 갈 수 밖에 없었다. 환자가 그 정도의 정신 상태라면 당연히 나를 알아 보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나를 보고 반가워 하며 주변에 있는 간호사들에게 우리 조목사님이 오셨다고 떠들석하게 소란을 피웠다. 간호사들이 나를 둘러 싸며 꼭 한번 조목사라는 분을 만나 보고 싶었다고 반겨 주었다. 이 환자가 평소에 목사님을 그렇게 존경하지 않았으면 이런 현상이 일어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이럴 때는  내가 좋아해야 되는지 슬퍼해야 옳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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