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말은 믿으면 안돼

조정칠 목사 0 4,611 2005.09.08 04:50
교회 안에서 꽤나 이름난 집사들 중에 ㅇ 집사가 내 앞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말을 내 뱉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사석에서 하는 말이라도 그건 예의에 어긋나는 말 같아서 조금 불쾌하게 느껴졌다. 무슨 악의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닌듯 했으나 가슴에 품었던 뼈있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목사의 말은 믿지는 말고 참고만 하면 되는 거라고… 그 중에서도 무엇이든 좋다는 말은 액면 그대로 믿으면 곤난한 거라고 덧붙였다. 언젠가 어느 결혼식에 다녀 오는 길에서 벌어젔던 일이었다. 그 집사가 옛날 자기 고향 지방 목사의 소개로 맞선을 보고 지금의 부인과 결혼을 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 목사가 소개하기로는 처녀가 신앙이 좋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심성이 얼마나 고운지 천사표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다고 했다. 어떤 언짢은 일이 있어도 화를 낼 줄 모르는 선녀 그 자체라고 격찬을 하는가 하면 아직까지 누구하고도 다투어 본 적도 없는 착한 규수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수록 자신에게는 과분한 상대가 아닌가 하여 마음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결혼을 하여 같이 살다 보면 서로의 결점이 보이게 될 텐데 천사와 함께 산다는 것은 전적으로 좋기만 할 것 같지 않았다. 신랑 편에서 확답을 미루고 있으니 중매자가 안달이 났는지 하루는 찾아 와서 재촉을 했다.

모든 것이 만점 짜리 신부감 인데 무엇을 망설이느냐고 윽박 지르는데 떠밀려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급속도로 진행이 되어 생각 보다 빠르게 혼례식을 올렸다. 신혼 생활이 시작 된 후 천사 같은 신부의 비위를 마추느라고 조심스럽게 신경을 썼다. 그런데 신부는 듣던 말과는 달리 천사표는 아니었다.

그 목사의 말과는 거리가 먼 동화 속에 나오는 팥쥐를 닮은 것 같았다. 어느 한 구석도 천사를 닮지 않았다. 한번은 길에서 중매를 섰던 목사를 만나 따저도 봤지만 그때 까지도 여전히 천사로 추켜 세우기만 하여 무례하게 항의 할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목사의 말은 믿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목사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으니 천사라고 말 한들 아무 잘못이랄 수 없을것 같았다. 목사는  누구나 좋게 봐 주려는 것이 그네 들의 속성인 줄 아는데 어떻게 탓을 한단 말인가. 목사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뢰와 존경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새겨 듣지 못한 자기의 귀가 잘못 되었을 뿐이라며 싱겁게 웃었다.

Comments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